밍지의 하루

[스크랩] 내가 산행 시작한지~~~

밍 지 2009. 3. 17. 09:19
어렸을땐 일요일마다 아버지랑 했던 산행..

계곡에서 가재도 잡고~~

성적 떨어지면 산에 안데고 간다는 아버지 말에 할수없이 공부에 매달리고.



학교 다닐땐 형들하고 첨으로 북한산 백운대 가보고.

3학년 여름방학때 치악산 가고.

4학년 겨울에 계룡산 가보고...

그땐 산행을 1년에 한두번정도 했었나봐요.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선 같은 삼실 언니랑 국방부 산악회 따라서

한라산 일출 산행을 했었네요.

무릎까지 눈속에 푹푹 빠져가면서.



이후론 가끔 언니들따라 노동부 산악회 따라서 북한산, 도봉산 가구..

울 직원들하고

삼악산.마니산.유명산.관악산.

하산해서 서울 돌아와선 뒷풀이로 나이트 가고.

ㅎㅎㅎ



그땐 20대니까 가진게 힘밖에 없잖아요.



거의 10년만에 다시 하는 산행에

등산복이 있을턱이 없죠.



띠방 친구들하고 관악산 산행을 하기로 하고

7부 청바지에,

파란 나시티에

벨트쌕 둘르고

공산당 모자 같은 헌팅캡 눌러쓰고

새카만 썬글라스 쓰고 모임 장소에 가니,

친구넘 첫마디" 웬 깡패?"



첫 산행을 8시간 뺑뺑이 치듯이 따라댕기니

발바닥은 물집 투성이에

엄지 발톱은 빠져버리고.

옛날보다 엄청나게 불어버린 내몸 생각도 못하고 씩씩 거리고 따라갔으니,



오기가 생기데요.

우쒸.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어디 해보자.

해선 신랑 졸라 종로 산악전문점 가선 등산복이랑 배낭이랑 등산화 구입하고

본격적으로 친구들 따라댕기기 시작했죠.



산에 따라 댕기려고 빨빨거리고 돌아댕기던 내친구들 모임 차츰 외면하니,

친구넘들 도대체 산에 모가 있길래 글케 욜씨미 가냐면서 지도 나서더라구요.

한번 가더니 이넘 지가 더 설쳐대면서 나보고 매주 토욜마다 가자고..



비가 오나 태풍이 부나 눈이 쏟아져도 토욜날은 무조건 산으로~~~

난 친구넘 덕분에 커피만 달랑 들은 빈 배낭만 메고.



친구넘들 내 페이스 맞춰서 조절해주고.

내가 좋아하는 바위 많은데로 (초보 릿지) 코스 잡아주고.



어렸을때부터 원래 뼈다귀가 약한건쥐

심심하면 발목 삐다가 대학때 다리 부러져 기부스 했었는데,

산행할때 가끔 발목이 아프긴 했지만.

모 대수랴 걍 넘기고.

걍 병원에서 손으로 하는 운동만 하지 말라고 했기에...



비오는날 소요산 바위 올라가다가 첫판에 미끄러져 다친걸 쓰잘데 없는 오기로

끝까지 봉우리 5개 넘곤 한달간 기부스하고

폭설에 지리산 갔다가 12시간 걷고는 인대 다쳐서 침맞아가며 바로 주말엔 산에 가고,

인라인 타다가 다친 다리 가끔 오래 걷다보면 쿡쿡 쑤셔오기도 하고.



언젠가부턴 주제도 모르고 한없이 챙겨주기만 하는 친구넘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에

이젠 니들하고 안다닐래 하는 폭탄선언을 하곤

산악회 따라 이산저산 따라 가기 시작했네요.

여기서도 내가 체격이 작아서인지 누군가가 챙겨주더라구요.



북한산 갈때마다 인수봉 오르는 사람들을 부러운 눈초리로 쳐다보다가

덜컥 암벽교육 신청...

암벽장비에 도시락에

배낭무게가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생전 첨으로 아무 도움 없이 배낭메고 산에 오르면서,

그때서야 날 항상 챙겨줬던 친구넘들이 떠 오르더라구요.

그냥 구속으로만 느껴져 빠져나갈 생각만 했는데.

챙김 받는걸 당연하게 여기면서 고마운줄도 몰랐으니...



친구야 ~~

지금도 가끔 니들한테 미안한 맘이 드는거 있지??

왜 그땐 그걸 당연하게 여겼던건지

니들이 날 데고 다녀준건데,

난 도리어 내가 니들하고 다녀 준거라고만 생각했으니...



그 중에 한넘은 지금도 가끔 연락오고 점심시간에 찾아오기도 하지만.

ㅎㅎㅎ

웬수야 귀 간지럽지?

글구 원래는 이넘이 먼저 저보고 바위 타자고 했었는데...

나쁜넘~~~



암벽하면서부턴 남에게 무조건 의지만 해선 안된다는 것도 배우고.

항상 팀웍이 중요하다는 것도

함께 지내다 보니 울 암벽팀이 다 가족같다는 느낌까지 강해져 가구..

힘든걸 함께 겪다보니 한사람 한사람이 너무도 소중하고



아~~~

이런게 바로 "자일의 정" 이었구나 하는게 저절로 느껴지더라구요...

너무도 좋은 선배님 언니들 만나서

"인공등반" 도 해보고

"빙벽"도 해보고..



추위를 엄청나게 타기에 겨울을 좋아하면서도 겁을 마니 냈는데,

올겨울엔 따뜻한 봄이 빨리 다가오는게 싫을정도였으니,



원래 안좋았던 내 손

제 체력에 비해서 좀 무리하게 썼었나봐요.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훨 마니 하는데...



내손 내가 잘라버리고 싶을 정도로 심한 통증을 느끼다가

올마지막 빙벽후에 오른쪽손목 수술을 했네요.

왼쪽어깨는 신경 파열이 되어서 한달간 근력운동으로

그래도 아프면 수술하자고 하더라구요.



얼마동안이나 바위를 떠나 있어야 하는건지

주말이 되면 나도 모르게 막 우울해져요..

이제서야 바위맛을 조금 알거 같은데,

오를수가 없으니...



등반공지 나올때마다 솔직히 디게 속이 타네요

제 솔직한 심정은

이제서야 필 받았는데, 갑자기 바위를 오를수가 없으니



주말이 되면 뭘 해야 할지 감당이 안되고

괜히 내 맘대로 움직여 지지 않는 내 손이 원망스럽기도 하구



에효~~~

손 나을때까진 그냥 울 바위식들이 제 곁에 있다는걸로 위안 삼으면서 지내야겠죠??



--화창한 봄날에 쪼매 우울한 기분에 빠져 넋두리 늘어놓은 밍지여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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